[기고문]낙원일까, 감시일까...메타버스 근무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들(feat. aespa의 UN 연설)
2022.07.06| 낙원일까, 감시일까…'메타버스 근무'가 던진 윤리적 질문들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어느 곳에 있든지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일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2022년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질서가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찾아왔다.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에서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뤄지던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고, 아바타는 현실에서의 나를 투사한 존재다. 메타버스 내 가상오피스는 현실의 회사 건물을 닮아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물리적 거리에 구애 받지 않고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A 기업은 2022년 5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타버스 근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거기에는 ‘나’를 닮은 아바타가 가상오피스에 출근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디스코드 음성 채널에 상시 접속해 청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며, 오후 1~5시를 코어타임으로 지정해 집중 근무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A 기업은 메타버스 근무를 “텍스트, 음성, 영상 등을 통해 동료와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음성 채널로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지만, 업무 방식이 직원들의 반발을 사자 보도자료 발표 후 하루 만에 “내부 협의 후 메타버스 근무 형태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사실 메타버스 근무는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하며 타인과의 원활한 협업을 통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근무형태”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연구기업 가트너는 메타버스 근무를 할 수 있는 ‘분산형 기업’이 2022년 전략기술 트렌드이며, 2023년에는 분산형 기업의 75%가 경쟁사에 비해 빠른 매출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메타버스를 통한 원거리 업무 방식의 확산은 지리적 한계 극복, 일자리 기회 제공, 인구 분산 효과를 유발한다’고 분석하며 메타버스 근무를 긍정했으나, 한편으론 범죄 행위, 개인정보보호, 플랫폼 사업자의 책무, 디지털 자산 유통, 노동환경 변화를 둘러싼 갈등 등 메타버스에서 새롭게 등장할 사회 이슈를 예견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근무의 장점이라고 일컬어지는 ‘업무 효율 증대’를 위해서는 일종의 ‘감시’가 동반돼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메타버스 근무에 대한 반발은 감시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보이기도 한다. 직원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실시간 음성 채널 접속’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제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 보자. 국내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상급자가 CCTV 등으로 특정 근로자의 일하는 모습이나 휴식하는 모습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하지 않은 행위로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업무 지시와 관리 감독, 성과 관리는 사회통념상 적정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음성 채널 접속 의무화’는 CCTV 만큼이나 직원들의 근태를 사회통념상 범위를 넘어 관리 감독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 기업이 실제로 이런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고, 시행했다 하더라도 특정 근로자에 대한 감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므로 메타버스 근무방식 자체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시간 음성채널 접속과 함께 문제시 됐던 ‘코어타임’ 제도가 적절한지도 알아보자. 코어타임 제도는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간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와 함께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은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된 사업장에서 코어타임제도를 실시하려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코어타임 시작 및 종료 시간을 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 제4호). 즉 코어타임 자체는 위법하진 않고 지금도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직원과 대표 사이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근무에서의 개인정보 이슈에 대하여도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메타버스 회의는 메타버스 근무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은 기업에서도 점차 시행되는 추세이며, VR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VR기기를 이용한 메타버스 회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웹 2.0 생태계에서는 메타버스 아바타 간의 커뮤니케이션, 아바타의 움직임 행동 정보, 아바타를 통해 드러나는 개인정보 모두가 메타버스 플랫폼 서버에 기록될 수 있다. 우리는 메타버스의 특징인 <물리적 공간과 관계 없이 연결되는 ‘초연결성’>이 관리자가 공간을 초월해서 노동자를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을 낳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물론 메타버스 근무 이전에도 업무용 PC를 모니터링하고, 사내 메신저를 통해 근태를 감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푸코는 “정밀화, 고도화된 감시는 개인들의 사소한 움직임도 통제, 기록하는 지속적인 기록 장치에 의해 구성되고, 끊임없는 기록은 중심과 주변을 연결시키면서 규율을 구성한다”고 봤다. 메타버스 근무의 효율을 목표로 ‘연결’의 긍정적인 의미만을 부각한다면, 메타버스 근무환경은 자칫 ‘디지털 판옵티콘’이 돼 촘촘하고 교묘한 감시가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2022~2023년 출시 예정인 메타, 애플의 VR 기기는 사람의 생체정보를 수집해 아바타의 표정으로 구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생체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서 수집 및 활용시 이용자의 별도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그 밖에도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동법 시행령 제18조). 형태와 공간을 초월하여 일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이 ‘아바타화’된 인간의 감시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개인의 인격은 역설적으로 더욱 보호돼야 할 것이다. |
| <연설문(번역)> 에스파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특별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우리 4명은 지금 이 현실세계에 존재하고, 그리고 다른 4명의 멤버들은 가상세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메타버스 걸그룹입니다. 사람들은 'best possible'한 메타버스 세계를 창조하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여러 경계를 초월하고 있습니다. 현실세계, 가상세계, 시간과 공간, 많은 장르들, 그리고 세대들. 메타버스가 발전하고 있으니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best possible'한 현실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요? 메타버스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우리의 현실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가상세계도 지속가능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양질의 삶을 위한 동등한 기회가 없다면. (메타버스에) 반영될 현실은 없을것 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는 매우 긴급하고,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지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에스파는 음악을 통해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계속 이어나가고, 현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지속가능목표를 드러낼 것입니다. |